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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바인 생활/얼바인 초보생활 101

얼바인 수도요금

by LE Network Inc

처음에는 꿈을 꾸는 줄 알았다. ‘쏴와’ 시원한 물줄기소리가 방안 가득 들려왔다. 계속되는 소리에 눈은 뜨지 못한 채 귀을 기울여보니 실제로 큰 물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이 화장실에 다녀와서 변기 물을 내렸나 보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다시 잠을 청하려니 변기라면 잠시 후에 중단되어야 할 물소리가 계속 난다. ‘이 녀석들, 내가 그렇게 물을 아껴서 사용하라고 주의를 주었는데도 세면대에 물을 잠그지 않았군.’ 아이들의 물 낭비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벌떡 일어나 아이들 화장실로 들어갔다. 수도는 열려있지 않았다. ‘아니 이렇게 큰 물소리가 대체 어디서 나는 거지?’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직감하고 남편을 깨웠다. ‘영빠, 엄청나게 큰 물소리가 나는데 아마 우리집에서 나는 소리 같아. 빨리 일어나봐’ 남편은 나의 재촉에 못 이겨 손전등을 들고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소리의 정체를 찾아나섰다. 뒷마당 잔디에 물을 공급하는 스프링쿨러의 수도관이 오래되어 파열된 것이었다. 2인치 남짓한 수도관에서 엄청난 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새벽 3시에 우리 부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다음날 오전 기술자를 불러 공사를 했다. 2시간에 걸친 노력끝에 새로운 배관을 연결하고서야 물줄기를 잡을 수 있었다.

밤새 수돗물을 낭비했다는 생각에 수돗물 고지서가 나오기까지 마음이 편치않았다. 그런데, 수도 고지서를 받고 입이 떡 벌어졌다. 평소 내던 요금의 3배 가량 고지되었던 것이다. ‘아무리 수도관이 파열되어 물의 낭비가 있었고 아파트에서 주택으로 이사를 왔다지만 어떻게 세배나 많은 요금이 나올 수 있는거지?’ 남편은 우리의 잘못은 아니지만 수도관 파열로 물이 낭비 되었으니 내야하지 않겠냐고 한다. 이웃 사람들도 이 정도 규모의 집에서는 그 정도 요금이 나오지 않냐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수도 고지서를 다시 뚫어지게 들여다보니 빨간 글씨로 ‘초과 사용료’ 라는 항목에 기본 사용료의 세배가 적혀있었다.

난 한국 아줌마다, 그리고 불편부당한 일은 참아 넘기지 못한다. 바로 수도국에 이메일을 썼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합리적이고 명확한 답변을 요구했다. 악명이 높은 미국공공기관에 항의를 한다고 해서 해결될 것이라 확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참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이곳이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한 나라라면 나의 질문에 답변해야 하리라. 나는 분기탱천한 마음으로 이메일 보내기 버튼을 눌렀다.

며칠 후 깜짝 놀랄 답변이 왔다. 수도관이 파열된 것은 거주자의 책임이지만 수도국에서 판단해도 갑자기 너무 많은 요금이 부과되었다는 것이다. 두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는데 첫째, 오래된 집일 경우 집 안 곳곳의 수도관이 오래되어 물이 샐 염려도 있다면서 누수 테스트하는 설명서와 도구를 보내주었다. 둘째, 수도 요금은 집 안팎의 조경 범위와 가족 수에 따라 수도 사용 할당량에 기준하여 부과 한다고 했다. 내가 거주하는 동네의 주택은 일반적으로 가족 수가 4명일 때 1,300 평방 피트의 정원을 기준으로 수도 요금을 책정하는데, 실제 정원의 크기가 얼마가 되는지 알려주면 실제 크기에 따라 수도 기본요금을 다시 산정하겠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제안대로 바로 누수 테스트를 해보았으나 이상은 없었다. 또한 줄자를 사서 남편과 함께 집 안팎의 조경부분을 빈틈없이 재어 종이에 그려보았다. 마치고 보니 우리 정원의 크기가 수도국에서 산정한다던 크기보다 무려 1,100 평방 피트나 더 컸다. 우리가 이사오면서부터 일을 봐주던 정원사 말로는 수영장이었던 앞마당을 메꾸어서 잔디를 심었기 때문에 정원 부분이 늘어났을 거라고 한다. 또한 우리 집이 코너에 있어 커뮤니티 소유의 조경도 물을 주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라고 했다. 작업한 종이를 수도국에서 보내준 문서와 함께 보내니 다음 달 고지서에 적용이 되어 수도 사용료가 처음보다 반 가격이 나왔다. 기본 요금의 기준이 상향되어 그 만큼의 물을 더 사용해도 요금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잠시 의문이 들었다. 그렇담 지난 여러달의 고지서에도 적용이 되어야 하는게 아닌가. 다시 이메일을 썼다. 아니나 다를까 하루만에 명쾌한 답변이 왔다. 이전에 내었던 초과 요금까지도 재산정해서 다음달 고지서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조용한 규칙의 나라다. 모든 사회시스템에 나름의 규정이 있고 규정에 따라 업무가 진행된다. 그러기에 이주한지 얼마되지 않은 한인들은 느린 업무 속도, 규정에 얽매인 일 처리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규칙은 합리성에 기반하고 있다. 설령 규정에 없거나 규정에 있다 하더라도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것들은 공공기관에 확인해야 한다.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미국에서도 캘리포니아는 특히나 다인종, 다언어로 구성되어 있으며, 캘리포니아의 모든 공공기관에서는 인종이나 언어의 문제로 민원인을 차별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이해하고 의사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소셜카드 업무를 하는 소셜국, 전기회사 에디슨, 수도국등 몇몇 공공기관에는 한국어 홈페이지, 한국어 전용 전화 또는 한국인 담당 직원을 두기도 한다. 만약 한국인과 한국어를 위한 서비스가 없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이메일 형식에 맞추어 자기의 상황과 필요한 조치를 간단 명료하게 적어 보내기만 하면 반드시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설령 규정에 없는 문제라 할지라도 말이다.

이렇게 했는데도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주한지 오래 되어 경험이 많은 한인 이웃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한인 신문의 홈페이지, 교회 커뮤니티 그리고 저자가 근무하는 TW영어센터에서도 무료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얼바인 생활과 교육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언제든지 문의주시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이우연의 얼바인 101'은 얼바인 교육정보지 '교차로'에 기고하는 연재기사입니다. '미국생활나기'라는 주제로 Sherry가 미국, 얼바인에 오면서부터 겪었던 시행착오와 이를 통해 얻게된 정보와 지식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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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롱잉글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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