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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행

[얼바인의 이우연] Whale Watching at Dana Point(다나포인트에서 고래보기)

by LE Network Inc


영무와 수정이는 일주일간 방학 중이지만 나는 2학기가 시작되었고 수업에 가야한다.  어쩔수 없이 오늘은 남편에게 네비게이션과 차를 맡기고 두아이를 데리고 대이나포인트에 있는 유람선을 타고 고래보기를 하러 가라고 제안했다.  영빠가 조금 긴장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알고 나를 UC Irvine에 내려주고 아이들을 데리고 Dana Point로 향했다.  Dana Point에 도착할 무렵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남편이 "네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 왔더니 나 지금 Dana Point에서 가장 높은 거리에 있어"라고 전한다.  이런 주소를 끝까지 입력하지 않고 하나의 스트리트만 입력한 것이다.  약간의 혼란이 있었지만 남편은 쉽사리 항구에 도착했다.



아침 일찍부터 날씨가 흐리다.  이런 날은 고래를 보기가 쉽지 않을 듯 싶지만 어차피 선택한 일정이니 목적지를 향해 가본다.  Dana Point는 언덕배기에 근사한 집들을 배경으로 태평양을 향해있는 조그만 항구다.  일반적인 어업보다는 해양스포츠나 일반인의 낚시, 유람선 타기 등 관광지 역할에 치중한 얼바인 남쪽의 항구도시이다.  항구 앞 둑위에 많은 종류의 바다새들이 휴식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페리칸도 많았다.



앞 쪽에 우리가 탈 유람선이 보인다.  약 50명 정도를 태울 수 있는 아담한 크기의 유람선 이었다.  언른 매표소에 가서 표를 끊고 줄을 서서 유람선 탑승을 기다렸다.  날씨도 흐리고 평일 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고래를 볼 수 있다는 들 뜬 마음으로 유람선을 기다린다.  고래야 기다려라~~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영무와 수정이는 2층에 마련된 실외 자리에 앉겠다고 한다.  영무의 외투가 얇아 추워하는 모습이 걱정이 되면서도 고래를 높은 곳에서 잘 보겠다는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서 바깥에 앉도록 허락했다.  수정이는 어딜가나 호기심에 가득차고 행복한 얼굴이다.



우리가 탄 고래 유람선의 옆 보트에는 낚시를 위한 배가 탑승자를 받고 있다.  눈치를 살펴보니 고래 유람선은 주로 외국인들이, 낚시배는 주로 미국내국인들이 선호하는 듯 싶다.  영무는 몇 번의 바다 낚시 경험이 있기에 우리의 선택을 믿어 본다.



우리가 탄 유람선이 바다를 향해 막 출발하려고 하는데 옆에 있던 배 위에 바다새 한마리가 내려앉아 나를 찍어봐라고 말하는 듯 포즈를 취한다.  멀러서 봐서는 페리칸처럼 보였는데 정확한 새 이름을 알길은 없었다.  이곳의 새들은 내가 한국에서 본 바다새와는 달리 덩치가 모두 크다.



항구에 정박해 있는 다양한 모습과 크기의 배들을 보니 이곳 사람들의 풍요와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캘리포니아에서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이 바로 이 여유이다.  어딜가나 바쁜사람은 없다.  자신이 소유한 한도 내에서 스스로를 즐기고 도전하는 그들의 삶이 이곳 Dana Point에서도 묻어난다.




항구를 벗어나자 도시의 멋진 모습이 드러난다.  바다가 잘 보이도록 언덕 위에 다양한 모습의 집들을 지었다.  저 푸른 바다옆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산다고 해야 할까? 



우리 제일 먼저 맞아 준 동물은 바로 물개다.  바다 위에 설치해 놓은 부표를 휴식처 삼아 많은 물개들이 물 속과 부표위를 왔다 갔다하면 드나들었다.  물개들은 유람선 위의 사람들이 이제는 신기하거나 무섭지 않은 듯 자기 일에만 열중이다.



우리 옆에 있던 마음씨 좋게 생기신 아주머니가 사진을 찍어 주겠단다.  비록 날씨는 흐리지만 태평양이 잘 보이게 찍어주세요라고 했는데 과연 사진 솜씨도 좋으시다.



흐린 날씨 탓인지 아니면 운이 없어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고래가 나타나길 고대하면 바다위를 뚫어져라 살펴보지만 고래는 나타나지 않았다.  선장 아저씨도 고래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이론.....



흐리고 다소 울렁임이 심한 파도 속의 2시간 동안 유람선 탑승으로 영무와 수정이는 녹초가 되어간다.  결국 선실로 들어와 쓰러져 버렸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영무는 눈만 뜨고 "아빠 고래가 나왔어?  고래 나오면 말해." 라고 말하더니 다시 배멀미와 싸우기 위해 쓰러져 눈을 감아 버린다.



결국 우리는 고래는 보지 못하고 추위, 배멀미 그리고 배고픔까지 안고 항구로 돌아왔다.  괜찮냐는 아빠의 말에 "고래는 못봤지만 아빠랑 같이 배타니까 좋았어"라는 아이들의 말에 고래 만한 행복이 밀려온다.  기특한 자식들 이미 속이 다 들어찼네라는 생각이 든다.  돌아오는 길에 선장이 Whale Watching의 Policy를 알려준다.  어떠한 이유로든 고래를 보지 못했다면 다음 번에 다시 볼 수 있도록 입장권을 돌려준단다.  이게 미국 사람들의 합리주의 정신인가?  아무튼 싫지 않은 고마운 얘기다.



비록 고래는 보지 못했지만 유람선에서 내린 우리는 항구에 정박해 있는 많은 보트들을 구경했다.  멋진 배들을 보자 영무가 묻는다.  "아빠 이런 배는 누가 어떻게 사는 거야?"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잠시 고민하고 나서 이렇게 말해주었다.  "이런 멋진 배들은 바다에 꿈이 있는 사람들이 사는거야.  영무 너도 바다에 대한 꿈이 있다면 어른이 되고 나서 이런 멋진 보트를 가질 수 있어.  꿈이란 그런거야."  그리고 나에게도 스스로 물어봤다.  아직 나에게도 늦지 않은 꿈이 있을까?  @라이프롱잉글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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