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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바인 생활

얼바인의 이우연: 미국초등학교 입학

by LE Network Inc

그렇다. 바로 오늘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영무와 수정이 초등학교 등록하는 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필요한 서류들 즉, 내 I-20, F-1 Visa, Passport, 아이들 예방접종증명서, 내 이름으로 낸 전기세 고지서, 내 이름으로 낸 케이블선 연결 고지서 등을 가지고 2분 거리의 University Park Elementary School에 갔다.(입학에 관련된 사항이나 필요한 서류들은 www.iusd.k12.ca.us를 참조)  학교에 들어서자 마자 Office가 있어 들어갔더니 Teresa Bideau라는 직원이 앉아 환한 미소로 환영을 해 주었다. 

직원이 내민 서류들을 모두 작성해서 제출하며, 내 아이들은 한국에 3학년과 1학년을 마치고 와서, 4학년과 2학년에 입학시키고 싶다고 했더니, 그 직원이 이 학교는 9월에 학기가 시작이라 지금은 학기 중간이고 학교 정책에 따라 나이로 학년을 정한다고 하면서 영무는 99년 5월생이면 3학년에, 수정이는 2001년 10월생이면 1학년에 들어가야 한다는 게 아닌가.  이런 무신 강아지 풀 뜯어먹는 소리란 말야.

미국 직원 알아듣지 못하는 한국말로 @#$%& 한마디 해주고 나니, 예외는 없다고 한다.  실망하며 office를 걸어 나오다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바로 옆집의 아이가 한국에서 유치원에 다니다가 불과 4개월 전에 이곳 학교의 1학년에 입학했고 또, 영무랑 같은 나이의 아이가 4학년에 입학한 것을 기억해내고 다시 들어가 사정 얘기를 하며, 영무와 수정이는 4학년과 2학년에 입학하는 것이 맞지 않냐고 친절(?)하게 따졌다. 

그 직원은 10분 이상 최선을 다해 하고 있는 내 얘기를 거의 들으려고 하지 않고 단지 학교 정책이라고 한다.  Policy, 미국에 살면서 앞으로 이 말을 얼마나 듣고 살아야 하나.  이럴 때 미국에 정이 딱 떨어진다.  이런 Policy 같으니라고.  학교 직원은 정 그러면 교장과 얘기하라고 한다.  뭐 그럼 무서워서 그만둘까봐.  쥔장 Sherry는 교장과의 면담을 3시간 후에 예약해 놓고 돌아왔다.  그래 잘 나신 교장 얼굴 좀 봅시다.

그 사이 IKEA라는 조립가구 마켓에 가서 조립 책상과 의자 두개를 샀다.  식탁의자 하나에 $9.99, 공부하는 책상이 $39에 판다.  너무나 싸고 예쁘다.  한국에도 이런 비즈니스 하는 회사 좀 많이 생겨 났으면...  트렁크에 가구를 싣고 아이들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떨리는 마음으로 교장과 만나기 위해 학교에 갔다.  5분 먼저 도착한 나를 보고도 나이든 여자 교장은 정확히 약속한 시간이 되서야 날 만나 주었다.  앉자 마자 나의 상황을 마치 외우기라도 한 것 마냥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말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예외는 없고 이 학교는 모든 아이들이 다 나이에 맞추어 입학을 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Sherry는 우리 아이들이 미국에 오기전에 약 2년동안 영어학원에 다니며 얼마나 열심히 공부해 왔는지 설명하고 옆 집의 4학년에 배정된 아이와 1학년에 배정된 아이 얘기를 꺼내며 불공평하다고 항의했다.  그러자 학교의 배정표를 나에게 보여주며 거기에 나온대로 배정하는 게 규칙이라고 단호하게 얘기하다가.....  Uh, uhh 하더니 자기 직원에게 가서 배정표가 이상하다고 하는게 아닌가?  결국 이상한 건 배정표가 아니라 바로 교장과 그 직원이었다.  니들 딱 걸렸어.  한국 아줌마 맛좀 볼텨?  Sherry 말이 맞았던 것이다.

배정표에 의하면 영무는 한국에서 바로 1주 전에 3학년 2학기를 완전히 마치고 왔기 때문에 이곳 학교가 4학년이 시작한지 4개월이 되었더라도, 영무의 나이대로 4학년에 배정되는 것이 맞고, 수정이도 마찬가지로 2학년에 배정되는 것이 맞았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아줌마(교장과 직원 모두 네이티브 아줌마 였음)는 총기가 떨어지고 우기기 대장이다. 

모든 상황이 정리되고 1, 2, 3초 후......  다리를 꼬고 느긋하게 앉아 있던 교장은 일어나 빨개진 얼굴로 나에게 정중히 사과를 한다.  오히려 이렇게 와서 자기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알려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세번 아니 네번 정도 사과를 반복한다.  또 요새는 학부모들이 학교관계자들 보다 학교에 관해 잘 안다는 둥 빈약한 변명으로 둘러대는 모습이 내심 쌤통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Sherry도 자식가진 죄인 아닌가?  뭐 저도 숫자에는 항상 약하답니다 라며 농담으로 받아쳐 주고 직원과 교장으로 부터 인사를 받으며 만족스럽게 office를 걸어 나왔다.

이래서 외국에 가려면 그 나라 언어를 당연히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과 한국에서 학교 입학에 관해 책이나 블로그로 정보를 꼼꼼히 읽고 온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의 자랑 영무와 나의 보물 수정이는 3일 후 ELD(한국에서는 ESL 이라고 부르는) Class 시험을 봐야한다는 notice 쪽지를 받았다.  그러나 그것도 알아보니 ELD 반을 안 거치고 바로 정규반에 들어가도 되며 이는 전적으로 부모의 결정이라고 하니 형식적으로 시험만 보고 정규반에 넣으려고 한다.  오늘 조그만 나라에서 온 힘없는 아줌마라 생각했던 미국의 네이티브 당신들..... 앞으로 한국 아줌마에게 얼렁뚱땅 넘어가려 한다면, 가만 두지 않겠어.  한국 아줌마의 힘을 보여주겠어.
한줌마(한국 아줌마) 화이링~~ @라이프롱잉글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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